신청하는 복지에서 먼저 찾아가는 돌봄으로

신청하는 복지에서 먼저 찾아가는 돌봄으로

PDS와 온디바이스 AI가 여는 인공지능 돌봄혁명

복지는 가장 필요한 순간에 도착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복지는 대체로 국민이 먼저 자기 어려움을 설명하고, 제도를 찾고, 신청서를 쓰고, 서류를 제출해야 비로소 시작됩니다. 저는 이 오래된 구조를 바꾸고 싶습니다. 신청하는 복지에서, 먼저 찾아가는 돌봄으로.

현재 복지 국민이 먼저 찾고 신청하고 증명해야 함 AI 돌봄혁명 개인정보는 덜 모으고 복지권은 더 놓치지 않게 미래의 돌봄 국가가 먼저 확인하고 제안하고 연결하는 구조

신청서 중심 복지에서, 권리 중심 선제복지로의 전환

건강하고 정보에 밝은 사람에게도 복지 신청은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갑자기 병원에서 퇴원한 노인, 혼자 사는 장애인, 우울증과 인지기능 저하를 겪는 사람, 가족과 연락이 끊긴 사람에게 “필요한 복지를 알아서 찾아 신청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너무 높은 문턱입니다.

저는 동네의사로 일하며 독거노인과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와 저소득 가정을 만나왔습니다. 그 경험 속에서 가난과 질병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그것은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도 그 권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상태, 다시 말해 사회로부터 발견되지 못하는 고립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전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해 복지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퇴원 이후 재택의료와 지역 돌봄을 연결하는 일을 AI 기반 돌봄혁명의 핵심 과제로 생각해 왔습니다.

미르웰케어의 한 문장

복지의 수요가 존재하는 곳에는, 반드시 그 사람에게 필요한 복지가 맞춤형으로 제공되어야 합니다.

인공지능 돌봄혁명은 사람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인공지능 돌봄혁명이라고 하면 차가운 기계가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를 대신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미래는 그 반대입니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손길을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그 손길이 필요한 사람을 더 빨리 발견하고 더 정확하게 연결하는 기술입니다. 반복적인 서류 확인과 자격 조회는 정보시스템이 맡고, 사람은 대화하고 공감하고 돌보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합니다.

기술의 목적은 사람을 더 많이 감시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기술의 목적은 단 한 사람도 복지의 시야 밖에 남겨두지 않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이런 체계를 만들지 못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복지수요를 미리 발견하려면 의료·소득·재산·고용·주거·가구관계 같은 민감한 정보를 폭넓게 결합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국가가 이 정보를 하나의 중앙 서버에 모으면 복지 사각지대를 더 잘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동시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목적 외 이용, 정치적 프로파일링과 감시국가에 대한 우려도 커집니다. 선제복지의 필요성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충돌해 온 것입니다.

저는 이 오랜 충돌을 풀 열쇠가 마이데이터, PDS, 온디바이스 AI, 그리고 최소정보 증명 기술에 있다고 봅니다.

세 가지를 쉽게 구분해 보면 이렇습니다

📦
마이데이터
내 정보가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을 때, 내가 원하면 그것을 나 또는 내가 지정한 곳으로 옮겨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
PDS
Personal Data Store, 즉 개인정보저장소입니다. 내 데이터를 내가 통제하는 공간이라고 이해하면 가장 쉽습니다.
🤖
온디바이스 AI
민감한 원문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보내지 않고, 개인의 스마트폰·단말·돌봄기기 안에서 먼저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첫째, 마이데이터는 ‘내 정보를 움직일 권리’입니다

마이데이터는 특정 앱 이름이 아닙니다. 병원·공공기관·통신사·금융회사 등에 흩어진 내 정보를, 내가 원하면 내려받거나 지정한 곳으로 보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6년 마이데이터 서비스 지원사업 안내에서, 개정 시행령에 따라 본인전송요구권의 범위가 기존 의료·통신·에너지 분야에서 전 산업 분야로 확대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공공기관은 2026년 8월부터, 대규모 민간기관·기업은 2027년 2월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된다고 밝혔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

둘째, PDS는 ‘내 정보를 내가 통제하는 공간’입니다

병원에는 진료기록이 있고, 건강보험공단에는 자격과 이용정보가 있으며, 지자체에는 복지 이용정보가 있고, 고용기관에는 취업과 실직 정보가 있습니다. PDS는 이처럼 흩어진 데이터를 개인의 통제 아래 연결하고 관리하는 구조입니다.

무엇을 가져올지,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보여줄지, 언제까지 사용을 허용할지, 누가 언제 썼는지, 권한을 언제 철회할지까지 개인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인정보위는 2026년 운영협의회 안내에서 PDS를 개인정보저장소라는 표현으로 소개하며,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통합·관리하고 본인의 결정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연구·분석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

셋째, 온디바이스 AI는 ‘데이터가 있는 곳에서 먼저 판단하는 지능’입니다

기존 방식은 데이터를 서버로 모아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온디바이스 AI는 반대로 복지 규칙과 인공지능을 데이터가 있는 곳으로 보내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전체 소득금액과 금융자료를 지자체에 넘기지 않고도, 개인 단말 안에서 법정 기준 충족 여부를 계산한 뒤 “지원기준 충족 여부” 같은 최소 결과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의료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 진료기록 대신 “최근 14일 이내 퇴원 여부”, “복약 확인 필요 여부” 같은 사실만 보낼 수 있습니다.

핵심 원리 한 줄

원문은 개인에게 머물고, 복지에 필요한 사실만 이동합니다.

왜 ‘최소한의 사실’만 보내는 것이 중요할까요?

65세 이상인지 확인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 전체와 정확한 생년월일을 모두 보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만 65세 이상”이라는 사실만 증명하면 됩니다.

소득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소득액 전체를 공개하지 않고도 “해당 복지급여의 소득기준 이하”라는 사실만 증명할 수 있다면 필요한 행정은 시작할 수 있습니다.

W3C는 2025년 Verifiable Credentials 2.0을 표준으로 발표하면서, 이 체계가 암호학적으로 안전하고,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며, 기계적으로 검증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보유자가 필요한 항목의 일부만 선택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selective disclosure, 즉 선택적 공개 구조를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W3C(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

물론 어떤 기술도 위험을 완전히 0으로 만들지는 못합니다. 단말 분실, 악성 앱, 내부자 오남용 같은 위험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민감정보 원문을 하나의 중앙 서버에 대규모로 모으지 않고, 목적을 제한하고, 필요한 속성만 공개하게 하면 위험의 구조 자체를 훨씬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정책이 지켜야 할 다섯 단어

원문 비반출 · 최소 공개 · 목적 제한 · 개인 통제 · 이용기록의 투명성

퇴원한 독거노인 한 분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혼자 사는 78세 어르신이 고관절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퇴원합니다. 지금 구조에서는 어르신이나 가족이 방문간호, 장기요양, 식사 지원, 이동 지원, 주거개선 사업을 각각 알아보고 신청해야 합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돌봄체계에서는 흐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1단계. 돌봄지갑에 정보 도착
퇴원일, 보행능력, 복약관리 필요성 같은 돌봄 관련 정보만 전자서명된 형태로 PDS에 들어옵니다.
2단계. 개인 단말에서 분석
온디바이스 AI가 혼자 사는지, 복약 확인이 필요한지, 어떤 지원이 가능한지 분석합니다.
3단계. 최소 결과만 전달
전체 진료기록이 아니라 “긴급 통합돌봄 확인 필요” 같은 최소한의 결과만 지자체에 갑니다.
4단계. 행정이 먼저 움직임
신청을 기다리지 않고 연락하고, 가능한 급여는 안내하거나 절차를 먼저 시작합니다.
5단계. 마지막 결정은 사람과 당사자가 함께
사회복지사와 간호사가 실제 생활환경과 의사를 확인합니다. 인공지능은 정리하고 제안하지만, 어떤 돌봄을 받을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과 당사자입니다.

직권주의 복지는 강제복지가 아닙니다

‘직권주의 복지’라는 표현은 자칫 국가가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삶에 개입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것은 강제복지가 아닙니다.

국가가 국민의 신청을 기다리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복지권을 먼저 확인하고 제안하는 권리보장 행정.

그래서 저는 공개적인 정책 이름으로는 개인주권형 수요맞춤 선제복지 또는 권리기반 선제복지가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현금성 급여처럼 객관적 요건이 분명한 제도는 자동확인과 자동지급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방문돌봄, 정신건강 개입, 시설입소, 거주이전처럼 개인의 생활에 직접 개입하는 서비스는 반드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고 사람의 종합 판단을 거쳐야 합니다.

기술이 가능해도 법이 허용하지 않으면 복지는 시작되지 않습니다

PDS 안의 인공지능이 “지원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해서 국가가 곧바로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공지능의 분석은 기술적 판단이고, 급여의 지급은 법적 행정처분이기 때문입니다.

행정기본법 제20조는 행정청이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처분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처분에 재량이 있는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즉 자동화된 행정도 법적 근거와 한계가 분명해야 합니다. 행정기본법 제20조(국가법령정보센터)

그래서 인공지능 돌봄혁명을 완성하려면 기술뿐 아니라 법도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선제적 수급권 확인 의무, 자동지급의 범위, 직권신청 절차, 잠정지원의 요건, 설명받을 권리, 정정권, 인간 재심의권 같은 장치가 모두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 하나

인공지능으로 자동 발견하고 자동 지급할 수는 있어도, 인공지능만으로 자동 거절·감액·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PDS가 새로운 신청주의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앱을 설치하고, 본인인증을 하고, 권한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만 이 체계를 쓸 수 있다면 어떨까요? 신청서가 앱으로 바뀌었을 뿐, 신청주의는 그대로 남게 됩니다.

복지가 가장 필요한 사람 가운데에는 스마트폰이 없거나, 문해력이 낮거나, 인지기능이 저하되었거나, 정신적 위기 때문에 스스로 의사결정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개인주권형 경로와 공공안전망 경로는 반드시 함께 가야 합니다.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개인 PDS와 온디바이스 AI를 제공하고, 스스로 관리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주민센터·보건소의 공공 단말,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후견인, 신뢰관계인, 의사결정지원자가 권리 행사를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수요를 찾는 것만으로는 돌봄혁명이 완성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이 수요를 아무리 잘 발견해도 방문간호사, 요양보호사, 주거지원 인력, 이동서비스, 식사 제공기관이 부족하면 돌봄은 실제로 제공되지 않습니다.

수요를 발견한 뒤 제공할 서비스가 없다면, 인공지능은 새로운 대기명단만 만들게 됩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돌봄혁명은 세 개의 축이 함께 가야 합니다.

  1. 수요의 자동 발견
  2. 권리의 법적 보장
  3. 지역 돌봄 공급망의 실시간 연결

동네 병원, 보건소, 복지관, 장기요양기관, 주거지원기관, 사회적경제 조직, 자원봉사 네트워크가 하나의 지역 돌봄망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가장 적합한 서비스 조합을 제안하고, 지역사회는 실제 돌봄을 제공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공지능 돌봄혁명의 일곱 가지 원칙

1. 데이터는 원칙적으로 개인에게 머문다.
2. 국가는 원문이 아니라 필요한 최소 사실만 받는다.
3. AI는 자동권리 발견에 쓰고 자동탈락에는 쓰지 않는다.
4. 자동결정과 직권지원에는 명확한 법률 근거를 둔다.
5. 설명·정정·철회·인간 재심의 권리를 보장한다.
6.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안전망을 함께 운영한다.
7. 수요탐지 기술과 지역의 돌봄 인력·기관·서비스를 동시에 확충한다.

제가 꿈꾸는 나라는 이런 나라입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에게 자신의 정보를 이동시킬 권리를 주고, PDS는 개인이 그 정보를 통제할 수 있게 하며, 온디바이스 AI는 민감정보 원문을 외부에 보내지 않고도 복지수요와 자격 가능성을 분석합니다.

최소정보 증명 기술은 국가가 개인의 삶 전체를 들여다보지 않고도 필요한 사실을 확인하게 하고, 복지법은 그렇게 발견된 권리를 실제 급여와 서비스로 전환하며, 지역사회는 마지막 1미터에서 사람의 손길로 돌봄을 완성합니다.

정책 공식으로 정리하면

인공지능 돌봄혁명 = 마이데이터의 이동권 + PDS의 개인 통제권 + 온디바이스 AI의 현지 분석 + 최소정보 증명 + 권리기반 선제복지 법제 + 지역 돌봄 공급망 + 사람에 의한 재심과 권리구제

인공지능 돌봄혁명은 국가가 국민을 더 많이 들여다보는 체계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국가는 국민의 사생활을 더 적게 보면서도,
국민의 복지권은 더 정확하고 빠르게 보장해야 합니다.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리가 사라져서는 안 됩니다. 병들고, 가난하고, 외롭고, 정보에서 멀어졌다는 이유로 국가의 시야에서도 사라져서는 안 됩니다.

개인정보는 개인에게 머물게 하고, 복지는 필요한 곳으로 찾아가게 하는 것. 신청하는 복지에서 먼저 찾아가는 돌봄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제가 꿈꾸는 인공지능 돌봄혁명입니다.

글 | 이용빈

짧은 요약

복지가 가장 절실한 사람일수록 복지를 직접 찾아 신청하기 어렵습니다. 마이데이터, PDS, 온디바이스 AI, 최소정보 증명 기술을 활용하면 민감정보 원문을 중앙에 모으지 않고도 개인의 복지수요와 자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술만으로 직권복지가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자동급여의 법적 근거, 인간에 의한 재심, 디지털 취약계층 보호, 지역 돌봄 공급망이 함께 갖추어져야 합니다. 개인정보는 모으지 않고 복지권은 놓치지 않는 국가,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인공지능 돌봄혁명의 목표입니다.

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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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정책 제안형 칼럼입니다. 기술의 가능성과 함께 법적·윤리적 조건, 디지털 취약계층 보호, 사람 중심 돌봄의 원칙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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